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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사건과 해군기지, 역사는 반복되는가(3)

[현지르포] 제주해군기지 반대하는 서귀포 강정마을을 가다 

 

 

제주4·3항쟁의 원인과 전개과정은 혼란했던 대한민국 역사의 축소판이다. 4·3항쟁의 역사는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외지에 있던 도민 6만여명이 제주도로 귀환하면서 시작된다.

 

고향에 돌아왔지만 이들에게는 일자리가 없었다. 당연히 생활은 곤궁해지고, 가뜩이나 극심한 흉년에 콜레라가 겹치면서 도내에서 수백 명이 희생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여기에 일제에 부역했던 경찰들은 미군정 하에서 다시 경찰복을 바꿔 입고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설치고 있었고, 군정 관리들도 사리사욕을 채우는 부정행위를 일삼아 민심은 폭발 직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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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당시 실종자 대신 가족 죽이는 대살까지 자행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1947년 3·1절에 시위 군중을 향해 발포했고, 미군정은 묵인했다. 이에 맞서 남로당 제주도당은 경찰에 반대하는 활동을 펼쳤고, 제주도 내 전체 직장의 95% 이상이 경찰의 발포에 항의해 ‘3·10 총파업’에 동참했다. 하지만 미군정은 여전히 경찰의 과오에 눈감은 채, 도지사를 외지인으로 바꾸고 남로당의 활동을 분쇄하는 데만 주력했다.

 

1년간 2500여명이 구금되고 테러와 고문이 자행됐다. 남로당 제주도당은 무장투쟁으로 맞섰고, 1948년 4월 3일 350명의 무장대원들이 제주도 내 12개 지서와 우익단체들을 공격했다. 이들은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무자비한 탄압 중지와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 반대, 통일정부의 수립을 촉구했다. 경찰력과 서북청년단이 수습하지 못하자 미군정이 직접 나섰다.

 

한때 상황이 진정되기도 했지만 8월 15일 남한에 대한민국이 수립되고, 다음달 9일 북한에 공산주의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승만정권은 11월 제주도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강경진압에 나서 가족 중 한명만 없어도 부모나 형제자매를 대신 죽이는 이른바 대살(代殺)까지 자행했다. 중산간마을의 95% 이상이 불에 타 없어졌고,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하기도 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 이후 입산자 가족들은 대거 예비검속된 뒤 죽임을 당했고, 전국 각지 형무소에 갇혀있던 4·3항쟁 관련자들은 즉결처분됐다. 희생자들의 남은 가족들은, 죄의 유무와 상관없이, 가족이 군경토벌대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십 년을 이어간 군사정권과 보수정권 내내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를 붙인 채 숨죽여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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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참여정부 들어 비로소 바로 잡혀

 

4·3항쟁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들어 비로소 바로잡히게 됐고, 당시 희생자들과 가족들의 명예회복도 이뤄졌다. 국민의 정부는 2000년 1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공포했고, 8월에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를 발족시켜 본격적인 진상조사에 나섰다.

 

2003년 10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권력에 의한 대규모 희생에 대해 유족들과 제주도민에게 공식사과 했고, 2006년 4월 3일에는 국가원수로는 처음 4·3위령제에 직접 참석해 “자랑스러운 역사이든 부끄러운 역사이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리해나가야 한다”며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위령제가 열린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4·3의 진실을 밝히고 원혼들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그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일에 힘쓰겠다”고 밝혔지만 추념일 지정이나 추가 유해발굴 등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노컷뉴스는 “그저 추상적인 말로 추도사를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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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어르신들 “반대하는 주민이 훨씬 많지”

 

제주도를 떠나던 날 아침, 강정마을 바닷가를 향했다. 강정포구를 향하는 길목에 붉은 페인트로 쓴 “해군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눈에 띈다. 올레길 위에 마련된 간이전망대에서 두 명의 마을 어르신들을 만났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다가서니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상황을 설명한 뒤 해군기지에 대해 묻자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답한다. 어느 쪽이 많은지를 묻자 “반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며 “처음엔 해군기지 들어서면 양말이라도 하나 더 팔아서 용돈이라도 벌자는 생각이었는데, 여기저기 많이 알아본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데 묻지도 않은 말까지 하신다. “원래 우리 마을은 모두가 한 가족이었어. 다들 아버지와 아들, 사촌이나 팔촌으로 잘 지내왔는데, 해군기지가 들어선다고 하면서 요즘엔 사이가 완전히 나빠져서 서로 눈길도 마주치지 않고, 농사도 도와주지 않아 외지에서 사람을 불러다가 쓰는 지경이지.” 실제 흉기까지 휘둘렀다는 말까지 들은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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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연말정도면 기지 공사 백지화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여전히 희망적이다. 1주일 만에 전화가 연결된 김종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이 다수당 시절 절대보전지역 해체를 날치기로 통과시켰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이후 이를 취소시킨 상태”라며 “우근민 도지사가 도의회에 재의를 요청했지만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이나 방패장의 경주 이전 당시 중앙정부가 지원한 금액이 3000억원 정도인데 제주도의 하루 관광수입을 10억만 늘려도 1년이면 가능하다”며 “제주도 방문객 중 다수가 중국관광객인데,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들여 중국을 자극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관광수입에도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부가 지원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보탠다. 김 사무총장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정세나, 최근 해군기지반대 여론이 고조되면 절대 추진 못한다”며 “서민 복지예산까지 줄여 4대강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이명박정권이 이를 추진할 여력이나 예산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열린 4·3 기념행사의 중앙정부 예산 10억원도 삭감된 상태였다.

 

“소송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공사가 강행되고 있어요. 참여정부까지는 없었던 일입니다. 심지어 새만금사업도 법원에 의해 두 차례나 방조제 공사가 중단된 바 있는데 제주도민과 제주도의회, 중앙정치권이 힘을 모아서 해군기지의 부당성을 밝히고, 건설의 숨은 의도를 밝힌다면 국민여론과 제주도민의 여론을 70%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는 “제주해군기지는 지역 뿐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긴밀하게 연결된 문제”라며 “연말 정도면 공사를 백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평통사와 함께 도법 스님과 김경일 성공회 신부 등이 이끄는 ‘생명평화결사’가 한반도순례 계획을 ‘생명평화 100일 제주순례’로 바꿔 3일부터 100일 동안 강정마을에 머물며 생명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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